영웅 2009
2009. 10.
뮤지컬
LG아트센터
작년 3월, 여순과 하얼빈, 블라디보스톡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3월임에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여순 감옥의 추위. 수인들을 위한 난방시설은 전혀 없는 곳. 그는 어떻게 한겨울 다섯 달을 이곳에서 지냈을까? 인간을 비루하게 만드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어찌 그리 당당할 수 있었을까? 무대미술을 한다기에 앞서, 그들 덕분에 100년이 지난 오늘 숨 쉬고 있는 한 한국인으로서 진심으로 그 [영웅]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이 무대미술의 주제이다.
[영웅]은 22개의 서로 다른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장면으로 이루어진 공연에서는 핵심적인 한 장면이 작품전체의 표현양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영웅에서는 하얼빈역의 거사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무대미술 작업의 중심에 놓여있다. 실제 크기의 기차가 달려 들어올 수 없는 조건, 열차의 도착을 기대하는 관객. 이 두 가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영상을 활용하기로 하였고 이것이 작품의 전체적인 양식을 결정하였다.
다장면 공연에서는, 전환장치가 모두 사라진 후에도 남아있는 기본장치, 즉 무대의 기본틀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전환방식을 좌우한다.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의 분위기를 안중근 의사가 투옥되고 순국한 여순 감옥의 벽돌벽으로 표현하였다. 높고 견고한 회색 벽돌벽은 공연의 기본적인 틀이 되고, 블라디보스톡과 하얼빈의 도시풍경이 되고 영상을 위한 스크린이 된다.
현대의 뮤지컬 공연은 국내 순회공연은 물론이고 해외공연까지도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약 2년 전 초연극장을 결정할 때 후보 극장들 중 가장 좁은 엘지아트센터를 택했다. 객석의 관객들은 볼 수 없겠지만 이 극장에선 배우가 무대 옆으로 뛰어 들어가면 벽에 부딪힐 정도로 옆무대 공간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초연극장으로 적합하겠다고 판단했다. 오페라극장 같은 대형 극장에서 웅장한 무대장치와 극장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화려하고 풍성한 초연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같은 품질의 순회공연이 불가능해진다. 우리 팀의 전작 [명성황후]의 경우 이중 회전무대를 포함한 모든 무대장치와 소품 등이 컨테이너 2대에 들어간다. 해외공연은 물론이고, 전국 소도시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다.
블라디보스톡의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 사이를 지나며 다짐했던 공연이 이제 눈앞에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차디찬 이국땅에서 스러져간 애국투사들의 정신을 오늘날 무대 위에 표현할 재주가 부족함을 탓할 뿐이다.
2009.10.20. 무대미술가 박동우
in New York
<영웅> 뉴욕 공연 2011
stageandcinema.com
http://www.stageandcinema.com/2011/08/28/hero
Most impressive is when a crowd of spectators watches a speeding train enter the station platform, which, in a flash, goes from a projection to a real train! Scenic designer Dong Woo Park, costume designer Ji Yeon Kim, lighting designer Yun Young Koo, and special effects designer Kwang Nam Park are the Rembrandts of the theatre. Design students and tech theater fans alike should rush to witness such theatrical magnificence.
Hero looks and sounds so damn beautiful that some may be glad to celebrate and embrace this astounding technological achievement.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군중들이 빠른 속도로 기차역 플랫폼으로 달려 들어오는 열차를 볼 때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영상 기차가 실물기차로 바뀐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의상디자이너 김지연, 조명디자이너 구윤영, 특효디자이너 박광남은 극장의 렘브란트들이다. 디자인전공 학생들이나 무대기술 팬들은 이 극예술의 장엄함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중략......<영웅>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대단히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이 놀랄만한 기술적인 성과를 기꺼이 축하할 것이다.
Huffingpost.com
http://www.huffingtonpost.com/2011/08/26/hero-the-musical-lincoln-center_n_938465.html#s338701
Dong Woo Park deserves special praise for the inventive scenic design -- a colorful assemblage of cityscapes, forests, courtrooms and even a moving train.
박동우는 시가지, 숲, 법정, 그리고 움직이는 기차에 이르는 다채로운 조합으로 이루어진 창의적인 무대디자인으로 특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Silive,com
http://www.silive.com/entertainment/arts/index.ssf/2011/09/nationalism_anthem_hero_the_mu.html
The climactic scene occurs aboard a train hurtling through a snowy night. The full exterior of a life-size train is audaciously sprawled across the stage, behind a translucent screen that reflects a frenetic shower of wind-blown snow. The train’s facade has a cutaway that hauntingly appears and disappears, allowing the audience to intermittently peer inside the car and observe its occupants and lushly decorated interior.
......it is the unique visual expression &mdash and not the music &mdash that will make people remember “Hero,” which is on display at the Koch Theater through Sept. 3.
클라이막스 장면은 눈보라 속을 뚫고 달려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일어난다. 실물크기의 기차의 전체 외관이 대담하게 무대를 가로질러 뻗어 있고, 그 앞의 투명 스크린에는 미친 듯 휘날리는 눈폭풍이 투사된다. 기차의 외벽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화려하게 치장된 객차 실내와 그 안의 인물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중략.......사람들로 하여금 <영웅>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바로 시각적 표현이다.
Backstage.com
http://www.backstage.com/bso/content_display/reviews/ny-theatre-reviews/e3i48e2455c88f01a2a3d1cfade8226b912
Mention must be made of Dong Woo Park's amazing scenic design and Kwang Nam Park's breathtaking special effects. Their re-creation of Ito's railroad car hurtling through the snow and a frantic chase through the streets of Vladivostok is astounding.
박동우의 놀랄만한 무대디자인과 박광남의 특수효과를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그들이 재창조한, 이토를 태우고 눈 속을 달리는 열차 장면, 블라디보스톡 거리에서 펼쳐지는 근사한 추격 장면은 깜짝 놀랄만 하다.
Theatermania.com
http://www.theatermania.com/new-york/reviews/08-2011/hero-the-musical_40010.html
Dong Woo Park's fluid scenery, Ji Yeon Kim's costumes, Yun Young Koo's lighting, Do Kyung Kwon's sound, and Kwang Nam Park's special effects (projections abound) easily rise to Broadway standards.
박동우의 유려한 세트와 김지연의 의상, 구윤영의 조명, 권도경의 음향, 박광남의 특수효과(풍부한 영상)는 공연과 잘 조화되었으며, 브로드웨이 스탠더드에 가볍게 오르고 있다.
New York Times
If the story sags, the staging never does. The director, Ho Jin-yun, and his design team want to wow you, and frequently succeed.
The highlight is the second act’s life-size railway car. Sometimes we see the interior of the compartment, where Sorhui (Lee Sang-eun), a former lady-in-waiting to the Korean empress, tries to murder Ito. The compartment closed, Sorhui, her white robes fluttering in the wind, sings on the car’s steps as snow (projected on a scrim) whirls around her. David Belasco would have loved it.
그 스토리가 진부할지라도 무대는 그렇지 않다. 윤호진 연출과 그의 디자인팀은 당신들을 놀라게 하기를 원했고, 자주 성공했다. 하일라이트는 2막의 실물 크기의 기차이다. 때로는 객차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여 이토를 살해하려는 설희를 보이게 하고, 실내가 사라지면 기차의 승강발판에 매달려 바람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노래하는 그녀를 볼 수 있게 한다. 데이빗 벨라스코가 사랑했을 장면이다.
(참고; 데이빗 벨라스코는 무대 위에 실제와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올려놓기로 유명한 20세기 초의 미국의 유명한 연출가이자 무대미술가)